옐로해피의 'Fall into JungWoo's hands' **쩝... 자신의 아디에 '님'자를 붙이려니 영 어색하구 쑥스럽네요. 결국... 지워버렸습니다.^^ 규칙 안 지켰다구 짜르실 지도.........ㅠ0ㅠ 자신 글엔 '님'자를 빼면 안 되나.... **벌써 몇 번째 글 등록 거부인지 모르겠습니다. 욕설 때문인가 봐요.(사람이 살다보면 욕두 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염? 현실감을 살리려고 잘 못쓰는(과연???) 욕까지 동원했건만.... 결국 지금 그 욕을 다른 단어로 바꿨어요. 흑... 원문을 지키고 시픈데.....ㅠㅠ) **토란에서 연재하던 당시의 아디를 이젠 버렸습니다(?). 필요없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1%라도 오해의 소지를 지우고자.....^^; =-=-=-=-=-=-=-=-=-=-=-=-=-=-=-=-=-=-=-=-=-=-=-=-=-=-=-=-=-=-=-=-=-=-=-=-=-=-=-=-=-=-=-=-=-=-=-=- ※fall into JungWoo's hands : '정우의 손안에 떨어지다' ^.^;; 읽다 보면 누구의 입장인지 대번에 아시게 될 거여요.... (^.^)(_ _) stage 1. 기억.. 수십명의 주먹과 고함, 언제부터인지 지릿하게 코를 자극해 오던 피 냄새...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는 줄어들었고 발에 밟히는 물체가 많아져갔다. "은수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제...제길! 속았어! 놈들의 지원군이야!" 놈들의...... 지.원.군. 그 때, 뻣뻣한 각목이 왼쪽 어깨에 직통했다. 나는 아찔함을 느끼면서도 치사하게 덤벼든 놈을 한방에 다운시켜 버렸다. "으윽..." 짙은 피냄새... 순간, 몸이 기우뚱한다. 어지럽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희미하게 눈을 떠 어깨에서 퐁퐁퐁 쉼 없이 흘러내리는 새빨간 액체를 보다가 간신히 얼굴을 들었다. 이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나를 불러주었던 어느 자식도 픽 늘어진채, 거대한 그림자에 잡혀있었다. 곧 투-욱 아래로 곤두박질한다. 그 커다란 그림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지럽다. 그만 나는 정신을 놓치고 말았다. 추가된 기억... 차가운 액체가 온 몸에 쏟아져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비틀거리다가 눈을 들었다. 쉽게 떠지지 않았지만 계속 옆에서 웅웅대는 소리에 버겹게 눈꺼풀을 반쯤 들었다. 무슨 쇳덩이가 앉아있는 듯, 들고 있기가 어렵다. 온 몸으로 차가운 땅 기운이 느껴졌다. 쓰러져 있는 모양이다. "어? 이 자식, 깼나 본데?" "그래? 나, 원. 열번이나 들이부어서야 일어나는 놈은 첨 봤다." 내 옆으로 세수대야가 짤그락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아아..... 피곤하고 힘들다.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 야! 이 자식아! 또 감으면 어떡해?" 세찬 발길질에 찡그리며 또 겨우 눈을 떴다. 앞에 거무스레한 물체가 몇 보이지만... 어쨌든 상관없이 자고 싶다. "그만해." 저음의, 다소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내 몸을 감고 돌던 발길질이 그친다. 아... 이젠 잘 수 있겠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 턱을 드는 차가운 손길에 세번째로 눈을 떴다. 누구? 날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지만, 좀처럼 녀석의 윤곽조차 잡히지 않는다. 눈이 고장이라도 난 건가... 음... 차갑다는 느낌은 순간이었을 뿐, 익숙해진 내가 비실비실 눈을 감는데, 다시 그 목소리가 바로 내 앞에서 울려왔다. "청운고는 우리가 접수한다." '청운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제서야 어렴풋이 의식이 살아났다. 나는 우습게도 일어나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꼬락서니가 어떤지도 모른채. 그러나 내 마음이 어떻든지 간에 나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누워있으려니까 이어지는 목소리. "그리고... 너는 내가 접수한다." 뭐? 나를 어떻게 한다고? 아아... 생각나버렸다. 우리 학교가 청운고이며, 근래 갑자기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던 흑림고와 붙었고...... 결과가 이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낭떠러지로 하염없이 밀리는 듯한 무기력함.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물먹은 솜마냥 늘어져있던 내 몸이 확 들어올려진다.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제 모든 게 끝장이다... 거칠고 뜨거운 감각이 일어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의식이 돌아와서 나는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 암흑! 짙은 어두움이 위에서 누른다. "으윽..." 어깨에서 지독한 통증을 느끼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커다란 손이 하부를 더듬는 것을 느꼈다. "!!!" 뭐.... 뭐??? 방금......??? 틀림없이 항문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몸 안을 강타했다. "아악!!" 허리가 절로 튕겨지면서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래로... 그곳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것이 침투하고 있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인두처럼, 그것은 내 몸 속을 후비면서 안으로 밀고들어왔다. "으하악!!... 무, 무슨... 흐억!...아악!!" 일어난지 몇 분이 지났다고... 상황 파악도 안되어 갸우뚱거리고 있던 몸에 벼락 폭탄이라니... 그것도 몸 안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건 둘째치고 아래가 급격하게 당기면서 수축하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다. 나는 거대한 물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안의 것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꿈틀꿈틀하는 이상한 것은 위로 한 차례 거세게 일어난다. 그에 따라, 내 하체가 어김없이 위로 쏠린다. "아학!!.. 으흐....." 그건...... 약과였다. 그 이후로 딱딱한 물건은 내 내장을 파버리려고 작정한 듯, 안을 깊숙히 찌르고 빠지고 찌르고를 반복했다. 나는 힘없는 손으로 시트를 움켜쥐었다. "아아아!!....... 흐아악!!......" 안그래도 온 몸이 상처투성이에 뻗어있었던 나는 단 한번의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내 안에서 살이 뚫리는 걸 느낄 때마다 머리가 새하얗게 비워져간다. "으흐... !!!... 아으.....?? ......아아아아악!!!!" 안을 비집고 들어온 물건에 전체 세포가 반응을 하며 나를 흔든다. 하부가 높이 쳐들리고 다시 아래로 떨구어側?곧 다시 사정없이 올려지고......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으흐윽....흐아....윽....!!..으..." 커다랗게 부풀기만 하는 그 물건은 좀처럼 나를 놔주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이나 기절을 하고 얻어맞아 일어나고 금새 기절하고.... 수차례나 그것을 반복하며 밤새 녀석의 손아귀에서 흐느껴야 했다. === === === === === === === === === === === === === === === === === === === === === = "완전히 개박살이 났다며?" "그랬대. 그 새끼들, 항상 깝죽거리고 다니더니 이젠 볼장 다 봤지." "이제 그 면상들 안 봐도 되는 거야?" "이거 순 바보들 아냐? 새끼들아, 머리가 굴러가면 생각을 좀 해봐라. 이제 흑림고 자식들이 우릴 뭘로 보겠냐?" "그건 그렇네..." "마주치기만 해봐. 알아서 기어야 될 껄? 이겼어야지! 차라리 그게 낫잖아!" 웅성웅성... 시끌시끌... 온 학교가 수근거리고 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태연한 모습을 가장하며 교실문을 열었다. 순간, 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지는 실내. 교문에서와, 복도에서와 똑같은 반응들... 모두가 나를 돌아본다. 멸시와 비웃음...... 진 자에 대한 냉소... 참아야 한다... 참아야만...... 끼-익. 의자를 당겨 앉았다. 저 눈들은 도저히 물러가질 않는다. 어디선가 다시 낮게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만 악에 받쳐 의자를 물리면서 벌떡 일어났다. 쥐죽은 듯 고요해진다. 개자식들!! 그래!! 졌다!! 끽 소리 한 번 못 내보고 다 깨졌다!! 하지만 그 진 자 앞에서도 빌빌 기는 네 놈들은 뭐냐!! 벌레만도 못한 것들!! 이런 기분.... 진짜 싫다... 꼭 죽고만 싶다... 휙 밖으로 나와버렸다. 이제 학교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stage 2. "......" "......" "........." ".............." ".......몸은 괜찮냐........" "..........응." ".......그래......다행이다......" "....너는..?" "......."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도 괜찮아'하고 툭 치면서 웃어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별안간, 수형이가 내 어깨를 잡고 소리친다. "뭐야.... 많이 다친 거야? 어? 너, 괜찮냐?" "....괜찮아." "............미안하다..." "....뭐가?" "...정말 미안해. 네 말대로... 네 말대로... 거기에서 내가 한 번만 더 참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그러면.... 그러면......" "됐어.... 지난 일이다."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모두에게 면목이 없어....... 게다가 너 연합에서 제명까지 당하고....." 수형이가 울면서 거듭 사과를 하는 걸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 때, 참았다면, 그냥 돌아섰다면 무참히 당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연합 녀석들도 도와주겠다고 약속이 있었고... 우리는 승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미 다 지나간 일........ "녀석이... 그 죽일 자식이 연합을 묶으려고 우릴 건든 거야!! 그래서... 널 노리고... 난 그게 화가 나서.... 흐윽.... 미안하다.... 미안해....." 그랬다. 이 근처 5개 고등학교 짱끼리 만든 연합이었고 학교와 짱을 기준으로 넣어서 대대로 물리자고 합의를 봤었으니까. 흑림고는 우리 청운고가 자신들의 세력권 내라는 것과 내가 흑림 짱의 아래가 되었다는 것을 빌미로 연합 가입을 했다고 한다. 언제든 우리와 맞서줄 수 있으니 기득권을 얻은 쪽을 연합에 넣으라고 했다나...... 별로 연합에 신경을 쓴 건 아니었지만... 친한 친구들이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다. 아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녀석들을 원망할 순 없다. 흑림고는 최근 이 근처의 두통거리였으니 연합에 들어와주는 편이 훨씬 고마울 지경이겠지. 연합끼리는 절대 평등에 침입 불가의 관계니까 말이다. 흑림고...... 언제나 우리 밑에서 굽실대던 것들이었는데... 상황이 변한 것은 바로 올해부터였다. 외국물을 먹고 왔다는 거구의 그 놈...... 그 손에 우리는 아이들의 말처럼 개.박.살.이 났다. 계속 질질 짜대는 수형이를 두고 거리로 나왔다. 가만히 있어도 속이 뒤집히는 판에 옆에서 심란하게 사람 마음을 다 헤집어 놓다니... 괜히 가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10년 우정인 녀석인데. 녀석도 나를 생각해서 행동했다는 걸 안다. 우리는 그저 지질나게 운이 없었던 것 뿐이다. 하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나마 쥐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듯이 나의 주변은 텅텅 비어간다. 언제나 나를 두려워하고 경외하던 모든 이들에게 배척 당하고 놀림 당하고... 껌이 되어버렸다. 씹고 또 씹고 또 씹고... 그들은 나를 짓이긴다. 거리에서도 맘이 편한 것이 아니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앞을 바라보다가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불과 50m 전방의 한 건물에서 불쑥 튀어나온 5명. 너무나 낯이 익은 그 얼굴들... 하... 내가 바보지... 여긴 널린 게 카페인데... "하하...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녀석인데, 너!" 실실 웃는 건 장현재. 죽.이.고.싶.다...... 살기를 느끼면서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야 할 때를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다. 바닥까지 다 내려간 체면을 부여잡고 몸을 돌렸다. 가슴이 저려온다...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여어∼!" 흠칫. 낮고 걸걸한 목소리... 그날의 그 목소리.... 손이 약하게 떨려온다. 왜... 왜... 아는 척을 하는 거지? 왜? 왜?!?!? 왜!!!!!!! "뭐야.... 아는 놈이야? 앗! 혹시.... 은수 아냐?" 장현재... 너... 그러다 진짜 죽는다...... 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은수?" 민준의 목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할 수만 있다면 바로 달려서... 이대로 달려서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 속에서 터지려는 울분을 꽈악 붙들고 한 걸음 발자국을 떼었다. "은수야...." 빌어먹을!! 그 자식하고 헤헤거리며 잘 놀아보라고!! 이 꼴이 되었는데도 코빼기 하나 안 비치더니, 결국 그렇고 그런 거였잖아! 차은수! 대체 뭘 바랬다고! 저 약아빠진 것들이 복수라도 해주리라고 믿었던 거냐? 제기랄!! 무슨 얼어죽을 놈의 복수!! 그래!! 다 먹혀버려라!!! 다 죽어버려! 달리기 시작했다. 꼴 사납게도 그들에게 등을 보이면서 정신없이 달렸다. 그래!! 난 이렇게 약하고 웃기는 자식이었다! 너희가 뭐 보태준 거 있어! 개자식들!! 다 나가 죽어!! 다... 다...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방향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가 어느 뒷골목에서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 === === === === === === === === === === === === === === === === === === === === = "기어! 사람 말이 안 들리냐?" 그렇게 놈들을 만난지 꼭 일주일이 되던 날. 여전히 주위의 눈총을 받으며 교문을 나서다가, 기가 막힌 광경에 발걸음이 멎고 말았다. 검은 교복.... 분명 흑림고의 것이다. 10명 가까이 되는 놈들이 우리 학교 교문에서 버젓이 아이들을 후려잡고 있는 것이었다.(선생들은 어디 있냐고요? 우리, 그런 건 무시합시다... ^.^;) 지나가는 아이들도 쭈뼛거리면서 그들을 피해 왼쪽으로 떠듬떠듬 벽을 더듬으며(??) 하교 하고 있고... 꼭지가 돌아갈 것만 같은 기분을... 나는 추스려야만 했다. '너는 내가 접수한다' 그날부터 더이상 나는 청운고의 짱이 아니었다. 그의 아래에 무참히 짓밟힌 날, 내가 당한 짓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나의 존재 가치는 사라져버렸다. 아이들의 눈이 내게 쏠렸는지 놈들 중 하나가 힐끗 이쪽을 본다. "어? 야아∼∼ 이거 오랜만인데? 잘 지냈어?" "왜 그래? 아는 놈 있어?" "여기 좀 보라구. 청운고의 대단한 짱님이 계셨네?" 순십간에 아이들의 눈동자가 내게로 화살처럼 날아든다. 비난... 이제는 비난의 눈초리다. 언제는 지들 괴롭힌다고 씹어먹더니 이제는 왜 못 싸웠냐고 나를 몰아세운다...... 놈들이 다가와선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봐, 가끔씩은 맥주라도 한 병 들고 찾아오라고. 이거 먹었어도 뭐 들어오는 게 있어야 말이지. 짭짤한 수입원이 될 줄 알았더니..." 뭐라고 대응해야 할 지 그런 것 조차 모르겠다... "......" "쯔... 우리 짱에게 아부도 좀 하고..." "그래야 좀 재미가 있을 거 아냐? 이렇게 뻑뻑하게 굴면 심심하다고." "......" 이성을 거부하는 머리에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면서 발을 옮기자, "이대로 가면 섭섭하지∼ 오랜만이잖아?" "그러게? 뭔가 앗쌀한 걸 해야 하지 않겠어?" "...뭘 바라는 거냐..." "오호! 무서워라∼!!" 키득키득... 웃는 소리... 그에 방심하지 않기를 잘했다. 대번에 복부에 주먹이 날아왔다. "욱!" 피해서는 안된다. 흑림을, 그 짱 자식을 누르지 못하는 이상, 조무래기들을 아무리 상대하더라도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니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야 지옥에 가든 천당에 가든 한번 자폭해 버리면 된다. 차라리 그럴 수 있다면 속 시원하겠다. 그러나 내 밑에 있던 녀석들에게 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몫까지도 나는 맞아야 한다. 내가 그들의 짱이었으니까. 맞았다. 십여개의 발에 차이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흑림을 주무르고 그들을 이렇게 상대했던 나, 차은수가 인과응보로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수십개의 눈동자가 주시하는 가운데... 살이 찢기고 볼이 붓고 옷이 흙덩이가 되어 간다. 그래도 직접 당하는 꼴을 보니 웃지는 않는군, 그래... 내 꼴이 얼마나 웃길까... 차라리 비웃어라... 좀전처럼 욕하면서 씹으란 말이다!! 그렇게 불쌍하다는 눈들은 치우고!! 제길!! 어째서 다 이 모양이냐구!! 정말 돌아버리겠다... 안 돌아진다면 스스로라도 미쳐야겠다... 녀석들을 실컷 공차기를 한 다음, 나를 끌고 어딘가로 움직였다. 나는 축 늘어져서 그들에게 끌려갔다. "형! 저희 왔어요!" 이딴 녀석들 입에서도 존대는 나오는 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형!!" 퉁퉁퉁 마룻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앞을 바라보면서 내 입에서는 웃음이 싹 가셨다. 짙은 갈색의 피부에 190은 거뜬히 되보이는 거구... 새까만 눈썹과 꾹 다문 입술은 압권이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카락과 떡 벌어진 어깨. 그를 눈 앞에 대고 제대로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지난 번에 마주친 것도 있었지만 그 때는 얼굴도 못들었으니... 안 어울리게 하얀 티를 입었다. 정.말. 안 어울린다. 나만의 생각인가. 그의 검은 눈동자가 쓰윽 나를 훑는다. 괜히 아래가 오싹해서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형 말대로 잔뜩 밟아서 데리고 왔어요." 현명하시군. '잔뜩 밟아서'? 아예 죽이는 건 어때? 말없이 내 팔을 훽 나꿔챈다. 팔 으스러지겠다! 땅바닥에 뒹군 걸로 충분하지 않아? 죽일 놈!!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참았다. 그 밤... 그 밤이 떠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어쩐지 조금... 아주 조금... 이 녀석이 무섭다... "수고했다." 누가 포커페이스 아니랄까봐, 겨우 귀찮다는 듯 한 마디를 던지고는 바로 날 끌어댄다. "예. 나중에 일 있으면 또 부르세요!" 철저한 사냥개 정신이냐? 내가 다시 니 손에 놀아줄 것 같아? 절대 네 놈 손에 끌려오지는 않는다! 나가는 녀석에게 속으로 쏘아주었다. 털∼썩. 이 자식이 나를 침대에다 집어던졌다. 아무리 침대라지만 발에 채인 몸뚱이가 무사하게 넘길 리가 없다. "윽!!" 아픔에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에 대한 모든 원인 제공자. "....개자식! 뭣하러 패느라 수고를 해? 죽여버리지 그래?" 이죽거리니까 바로 눈썹이 꿈틀한다. 그리고 곧바로 멱살을 움켜쥐는 걸 보니, 이 놈의 인내심은 바닥인 모양이다. 말로 떠들기엔 좋은 상대지! 어차피 주먹으로는 졌으니... "쳇! 니 꼴리는 대로 하라고! 오늘처럼 날 길바닥에 뒹굴려도 좋고, 애들 다 잡아다 못 일어나게 두들겨버려! 학교를 없애버리는 건 어때?..............(낮은 목소리의 비아냥거리는 투로)아니면 또 정액받이나 시키려고?......재수없는 새끼!" 그 밤의 일이 내게 상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약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놈이 그것으로 날 물 여지를 가차없이 잘라내야 한다. 설사 내 가슴에 못이 박혔더라도 네 놈 앞에서는 아니다... 맞은 구석구석이 쑤셔왔다. 녀석은 살인 내기 일부 직전인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본다. 겁이 나기도 했지만, 내가 당한 꼬락서니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잘한 짓이 아닌가. 말도 못하고 살라고? 지랄 떨지마! 니가 니 맘대로 하듯이 나도 내 맘이란 말이다! ".....니 원대로 해." 꺼슬꺼슬한 목소리로 낮게 으르렁거리면서 놈이 내 머리카락을 잡더니 그대로 끄집는다. "으!" 고개가 위로 쳐들렸다고 느낀 찰나, 육중한(?) 몸이 내 위를 덮쳐왔다. "으....흣!" 우악스러운 손길이 벨트를 열고 바지와 브리프를 동시에 벗겨냈다. 몸안이 팔딱팔딱 뛴다.... 정신을 붙들고 있을 수가 없다.... 내 입은 나의 의지를 벗어나서 터졌다. "빌어먹을!! 이 씹새끼야! 저리 안 꺼져!! 무슨 짓거리야? 알고보니 변태 자식......" 퍼억!! 내 얼굴만한 주먹이 복부에 꽂혔다. 내가 배를 잡고 고꾸라지자, 그 큼지막한 손이 멱살을 잡아 아래가 벗겨진 나를 침대 옆으로 내동댕이 친다. 나는 아까 학교 앞에서 구른 것보다도 더욱 잔혹하게 그의 발 아래에서 굴려졌다. 위험한 곳은 비껴가면서도 통증을 느끼기에 좋은 곳만 정확히 골라서 들어온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으로 어떠한 저항도 불가한 상태로 수십분간 끝없이 맞았다. 어느새 셔츠도 그의 발에 찢겨나갔고 나는 알몸에 가까운 상태로 수치스럽게 울면서 채이고 또 채였다. 아프다.... 한 번도... 이제껏 한 번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당한 적은 없었다. 교문 앞에서 당할 때만 해도, 최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수십명의 눈길을 참을 수 있었던 내가...... 겨우 한 놈의 두 눈 아래에서 벗겨져서 울음 범벅으로 당하고 있다니... 뼈가 으드득으드득 갈려나간다... 저 놈이 진짜 나를 죽일까 생각하면서.... 정신을 잃고 눈을 감았다. "하윽!!....... 우흐윽!!..." 지독한 아픔에 깼어났다. 어둑한 기운.... 눈을 감고 있어도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떠지던 찰나, 내 안에서 거대하게 팽창하여 쑤욱 반쯤 빠져나가는 물건... "아하악!!....윽!!...." 그리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것은 안을 밀어부치며 끝까지 되올라왔다. 푸∼∼∼∼욱!! 하는 끔찍한 마찰음과 함께 거칠게 찢겨나가는 입구.... "으아아아아악∼∼∼!!!!!!" 눈물이 쏙 올라오면서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버렸다. 엄청난 크기의 물건은 왕쥐새끼나 아니면 새끼 집토끼 정도는 족히 될 것 같다. 한 번에... 거침없이 올라오다니... 그렇게 나를 찢고 들어와서 슬근슬근 앞뒤를 흔든다. 일부러... 일부러... 그런 거다... 내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눈에서는 겉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아래가 얼얼하다... 기절한 동안엔 또 얼마나 해댄 걸까.... 온 몸이 꼼짝도 할 수 없이 늘어져서 손도 살짝 올릴 기운이 나지 않는다. 낮에 맞아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나의 모든 신체는 활동을 거부하고 있었다. 오로지 그의 물건이 차올리는 힘에 몰려 할랑거리면서. 나는 그 비명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조차도 대단한 것이었음을.... 내 안에서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온 몸이 덜덜덜덜 떨려왔다. 아니, 떨린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떨릴 기운도 없이 시체처럼 늘어진 몸..... 처음보다도 더욱 끔찍하게 내 몸은 유린당하고 있었다...... 이제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죽고 싶다...... stage 3. 무려 일주일 내내 나는 방바닥을 긁으면서 앓았다. 너무나 높은 열에 정신이 나가기도 하고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맞았던 자리는 치료도 못해서 꼭 곪아가는 꼬락서니였다. 죽 하나도 제대로 못 먹고 5일째가 되었을 때, 모처럼 휴가를 얻었다고 숙식 파출부로 일하시는 어머니가 집에 오셨었다. 그리고 나의 흉칙한 몰골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시더니 돌아가실 때까지도 펑펑 울음을 쏟아내고 가셨다. 그리고 오늘이 방에만 처박힌지 7일째... 어머니가 대신 실컷 울어주신 덕분인지...... 내 눈에서는 눈물 방울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죽도 해주시고 돈도 챙기고 가 주셔서 살아있는 거지, 만약 오시지 않았다면 나는 내일쯤 시체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을 것이 분명하다. 덜컹덜컹------ 부엌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은수야!! 너 집에 있는 거 맞지! 문 좀 열어!" 수형이 자식... 퇴원했나보다. 일어날 기운이 없었지만 어떻게 용을 써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좁은 부엌으로 내려왔다. 부엌의 불투명 유리에 사람 형체가 있다. "가만히 좀 있어라... 법석을 떨기는..." 입을 열었지만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은 것 같다. 덜컹--- 문을 열었다. 수형와 눈이 마주친 순간, 녀석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더니 나를 와락 끌어안는 것이었다. "뭐, 뭐야... 이 자식이! 왜 그래?" "너, 너... 이게 무슨 꼴이냐 그래... 어떻게 연합 녀석들은 애가 이 꼴이 되도록 도와주지도 않고... 으흐윽... 난 억울해서... 네가 길바닥에서 흑림 놈들에게 맞았다는데 피가 거꾸로 쏠리는 줄 알았어... 으허어어엉∼∼∼∼ 은수야∼∼∼∼∼" 꺼이꺼이 시끄럽게도 울어댄다.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신 것 같군...... 그나마 울어주는 놈이라도 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기운 없으니까 좀 놔라." 그래도 녀석은 나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한 뒤, 절대로 내 옆에만 붙어있겠다는 선언을 지 멋대로 하고 사라졌다. 수형이가 가고 나니, 엄청난 정적이 몰려든다. 훤한 낮이면 뭘 해... 단칸 월세방에서 TV 하나 없이 종일을 보내는 놈에겐 잠이라도 잘 오는 밤이 훨씬 낫지. 그래도 멍하니 누워있다보니 잠이 들기는 들었던 모양이다. 차가운 물수건이 이마에 닿는 느낌에 나는 얼핏 눈을 떴다. "이민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존재의 등장에 내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물수건이 탁 놓여지고 녀석이 나를 바라본다. 당황해서 나는 그 눈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미안하다.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 "...그렇게 갑작스레 흑림과 붙을 줄 누가 알았겠냐." 은근히 방어막을 치면서 말을 잇는다. "......너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 가슴이 다시 저려온다. 그리고... 분노가 차올랐다.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 그래? 더 웃긴 거 가르쳐줄까? 내가 곱게 맞기만 한 줄 아냐? 그 미친 새끼가 날 어떻게 했는지 보여줘? 안을... 내 속을 다 까발렸지! 삼일간이나 계집들마냥 아래에서 피가 나오고 헛구역질이 나와서 죽는 줄 알았어. 왜 안 죽었냐고? 죽기도 귀찮았다! 왜!! "어차피 졌는데, 이 정도면 감사하지! 암, 그렇고 말고. 죽더라도 내가 무슨 소릴 할 꺼 같아? 괜히 와서 위로하는 척 하지 말고 너도 진심을 말해보지 그래? 너 흑림고 넣고 싶어 했는데, 지 발로 와줬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안 그래? 개밥된 자식, 다독여봤자 네게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까 얌전히 살던대로 살라구." 그 넷 중에서 그나마 가장 친하다고 여겼던 놈이었다. 또 제법 단단한 세력을 가진 놈이기도 했다. 이 자식은............ 내가 당했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민준은 대꾸없이 나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쉰다. "네 심정 이해한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 악에 받쳐서 녀석의 말꼬리를 자르고 발딱 일어났다. "이 자식아!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꺼져!! 꺼지라고! 그 잘난 면상 들고 곱게 나가라는 데도 못 나가!! 누가 너보고 뭐랬어? 아니면 도둑이 지 발 저린 건가!! 어쨌든 이젠 다 됐으니까 당장 사라져버려!!" 헉...헉... 헉...허억... 너무 흥분을 해서 그런지 숨을 고르기가 힘들다. 또 머리가 띵 하면서 아찔해져서 난 다시 이불 위로 곤두박질 했다. 녀석이 천천히 일어서는 게 보였다. "....뭐, 나중에 더 진정하고 보자. 그리고 애들 건드는 것에 대해선 좀 이야기 해볼게." 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겠네!! 그깟 애들 건들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다 지 하고픈 대로 냅두라니까!! 씨를 말려서 죽이라고!! 민준이 새끼는...... 결국...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확고한 사실을 확인사살하고 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죽이고 싶다... 다 죽여버리고 싶어!!! 그리고 8일째에......... 난 정말 운명의 신 앞에 서게 되었다. 아침부터 다짜고짜 문을 따고 들어온 흑림고 6명. 이미 생명의 반은 죽고 나머지 반으로 연명하고 있는 내 몸을 여지없이 발길질 용품으로 쓰더니, 입에 게거품을 물고 헐떡거리는 나를 끌어다 이 저주의 공간에 처넣는다. 내가 그 손에는 안 끌려오리라고 다짐한... 지난번 녀석도 6명 중에 끼어 있었고. 운명의 신은 정말로 처절하게 나를 짓밟고 뭉개고 굴복시키는 중이었다. 살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는 가운데, 나는 이 놈이 죽여버리라고 했던 내 말을 잘 따르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결국, 내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나의 웃음은 그저 머리 속에서 맴돌다가 느리게 지워지고 말았다. "하아.. 하아... 훅.....흐..." 호흡곤란이라... 죽기에 딱 좋은 거로군. 가슴 쪽을 너무 세게 맞은 것 같다. 눈을 감았다. 이러나저러나 죽든 살든 피곤했다. 어제도 두 놈에게 시달려서 지쳤고 밤새 악몽으로 잠도 시달렸는데, 아침부터 발길질이라니! 하하!! 죽일 놈의 하늘의 축복!! 갑자기 뺨에서 불이 번쩍 난다. 난 게슴츠레 눈을 떴다. 놈의 면상이 코 앞에 있는데... 어쩐지 아까 표정과는 달리, 조금 당황한 얼굴이다. 뭐라고 외쳤던 것 같은데... 뭐라 그랬지? 잠깐 졸았나 보다. 하긴, 뭐라고 했든 뭔 상관이야. 그 놈이 이런 얼굴도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이러나 싶어서 멍청히 눈을 뜨고 있었다. 소매가 없는 여름티를 입고 있어서-지금은 가을인데...- 팔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보인다. 굳세고 단단한 어깨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알통이 톡톡 튀어나올 것만 같다. 건장하군... 이러니 졌지... 괜히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아......" 이젠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 발악이고 뭐고 손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기력도 없고 온 몸이 멍투성이라 줄곧 아프기만 하고...... 그래... 죽여라, 죽여!! 그래도 마지막 아량이 있다면 내가 덜 느끼게 죽이라고!! 마지막 순간에까지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거 너무 불쌍하지 않냐? 19년 동안, 매일을 쌈박질과 매와 복수 속에서 살아왔단 말이다!! 그러니... 부탁인데, 죽을 때만큼은 덜 아프게 해줘. 굳게 눈을 감았다. 그.런.데. 또 볼을 치는 손. 지난번처럼 낮게 으르렁거린다. "...이 게..... 숨 좀 쉬란 말이다!" 저음의 목소리는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어? 숨을 쉬라고? 아직 살아있으니까 숨 쉬는 거 아냐? 바보 같이 무슨 소릴 하는 거람. 게다가 어차피 죽을텐데, 쉬든 안 쉬든 별 차이 없다고. "쳇..." 한 마디를 내뱉고 그의 얼굴이 떨어지더니 얼마후 다시 눈을 감은 내 입술로 차가운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 시원한 물... 아무리 죽음을 각오했다지만 생존 본능이어서 그런지, 나는 대번에 입을 열고 액체를 받아들였다. 온 몸의 감각을 되살릴 듯... 살이 떨리도록 시원한 물이었다. 그 액체가 넘어가면서 동시에 말랑말랑한 유동체가 내 입안을 부드럽게 어른다. 아아.... 정말 뼈저리게 차갑다. 물이 넘어가면서 가슴으로, 배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한 번, 물이 들어오자 나는 더욱 크게 입을 벌려서 수분에의 욕구를 채웠다. 그렇게 몇 번이나 물이 들어오는 동안, 나는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점차 잊고 있었다. 그의 손이 가만히 내 티를 벗겨낸다. 이런 와중에도 왠지 모르게 나른한 졸음이 와서 나는 그가 하는대로 잠자코 내버려두었다. 겨우 두 번의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수십번을 헐린 내 육체는 이미 전의(戰意) 상실이었다. "으으...." 맞았던 자리를 천이 스치고 올라가면서 나는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이제껏 한번도 베풀지 않았던 극도의 친절을 베풀면서 부드럽게 바지와 브리프까지 벗겼고 엉망진창인 내 몸을 핥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볼이 씨리다고 생각했는데, 그 흐물흐물한 물체는 목을 지그시 깨물다가 나의 가슴 돌기를 물어뜯다가, 이윽고 내 아래를 삼켜버렸다. "하앗!!... 으응.... 흡..." 처음으로... 그와의 자리에서 나의 감각을 느꼈다. 수십회의 침투에서 언제나 무시당하고, 아예 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던 나의 물건이 서서히 얼굴을 들어올리는 것이 생생히 전해져온다. 나는 벌려진 다리 사이로 몽롱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으흣!!.... 흐으응!!..." 다리로 그의 어깨를 마구 조이다가 상처가 세게 스쳤다. 따끔했다. "아으!" 그러다가 문득 앞이 답답하다는 걸 느끼고 밑을 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커진 내 물건의 끝을 집고 있었다. 그 상태로 자신의 밸트를 풀고... 거대한 그의 페니스를 보고는 차라리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눈을 위로 했다. 다리가 천장을 향해 높이 올려진다. 조금만 더 올릴 수 있다면 이 자세로 내 뒤를 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꾸∼∼∼∼욱... 훨씬 부드럽고 느렸다. 그 밤에 칼로 베어버리 듯이 내 밑을 갈라놓은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긋하게 들어온다. 하지만 큰 건...... 어쩔 수가 없는 거다........ "하아아아.... 으흑!! 욱!!" 척추를 타고 찡한 느낌이 서면서 당장 사정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손은 아프도록 내 물건을 놔주지 않는다. 거의 꼬집고 있는 수준... "아아악!!!....... 흐앗!!!....으흥....." 그것은 몸 속에 가득히 차올라서 잠시 뿌듯함을 즐기더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 의지가 맞든 아니든, 혹은 기절해 있었더라도, 몸은 그를 알고 있었다. 그의 물건이 조금만 위로 향해도 덩달아 높이 솟구치면서 다리를 최대로 들어올리고 스윽 내려갈 기미가 보이면 더 빨리 아래로 달음질쳐 그를 받아낸다. 그가 꿈틀거리면서 내부를 깊게 찌를 때마다 허리가 서려 하고 뜨거운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으응.... 응.... 핫!! 흐읍!! 으...흐응.....앗...아아....아아아악!!!" 세차게 가장 내부점을 긁는 순간, 입에서 예전과 같은 비명이 올라왔다. 그리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지난 번처럼 생각만이 아니라 정말로 손끝이 달달달 떨린다. "아학....읏!! 음.....으흣..." 나는 시트를 찢을 듯이 움켜쥐고 흐느꼈다. 그는 좀처럼 절정에 다다르지 않는다. 게다가 그의 손이 놓은 틈을 타서 내 것을 방출했지만...... 그것이 훨씬 더 큰 고통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이다. "으하악!!! 으아..... 으흐...아항!!...." 엉덩이가 더욱 빠르게 들썩들썩 위 아래로 피스톤질을 당하면서 온 몸에 박혀오는 고통에 시트 자락을 놓치고 말았다. "우흐윽... 아아아.... 아흑!!...." 또 위로 드세게 밀어올려진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얼굴이 가까이 숙여지고 거친 호흡에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잡아." 즉시 로보트처럼 그의 말을 따랐다. 어깨를 잡으려고 했지만 흔들리고 있는 몸 때문에 핀트가 맞지 않았고 대신 그의 목을 두팔로 감고 정신없이 매달렸다. 아아...... 더 편하구나......... 뜨거운 그의 체온이 몸에 직접 휘감겨 온다. 이렇게 붙으니 다리가 더 많이 벌어졌고 너무 적나라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일을 치르기에는 나았다. 여전히 운동 중인 그의 아래에서 나는 또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stage 4 내가 의식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본 것은 맑은 하늘...이 아니라 그런 하늘을 본딴 벽지가 발라진 천장이었다. 허연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니 산뜻한 햇살이 베란다를 통과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으으....." 뒤척이는 데만 해도 엄청난 노력과 아픔이 따랐다. 팔을 들어보니,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수십 곳에 긁히거나 밟힌 상처와 멍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한 곳도 빼지 않고 발라진 연고... 덕분에 두 팔은 번들번들 빛나고 있다. 발랐다기 보다도 몸 전체에 뒤집어 씌운 게 아닌가 싶다. 이곳이 어딘지 짐작이 갔다. 어제와는 다른 방이지만... 틀림없이 그 녀석의 집. "하아....." 죽이지는 않았군 그래... 어제 일이 떠올랐다. 나중이야 모르겠지만, 처음에 나는 거의 끝까지 의식을 잃지 않고.. 놈에게 안겼었다...... .....드디어 소원대로 미쳤나 보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더이상 그 일로 전화하면 죽인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죽인다'라는 말은 지극히 평범하게 들렸다. 내 예상보다 더 쉽게 나오는 말에 왠지 허탈감이 몰려온다. 딸칵--. 문이 열렸다. 괜히 자는 척 하기도 뭣해서 일어나 앉은 그대로 녀석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1분은 족히 그렇게 서로를 뚫어져라........(1분 지나가는 중)............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나 단정하게 빗은 짙은 갈색 머리카락... 까매서 눈에 척 들어오는 눈썹... 굳게 닫힌 입술... 검은.... 눈.동.자. 이제보니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생각이 깊어 보이는 눈매다. 나의 원흉을 해부하면서... 일주일 전의, 한달 전의 감정을 떠올려보았지만... 이제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앓고 난 뒤여서 그런지 머리는 새하얀 공백. 과거를 부정하는 빈 자리 뿐... "나와서 밥 먹어." 오늘이 몇 요일이지? 나는 사정이라도 있지, 어떻게 저 자식은 태연히 온종일 집안에 처박혀 있을 수 있는 거냐.... 담임이 버린 놈 아냐? 쳇... 누구랑 비슷하네...(바로 너자나..) 그가 나간 틈을 타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던 계획은 차질을 빚기 시작하고.... 벌써 오후 3시!! 말을 붙여볼까 했지만... 역시 좀.... 두렵다... 이 자식이 어제 오늘 무슨 꿍꿍이로 날 살려놓는지는 모르겠지만..... 찌워서 다시 두들기자... 뭐 그런 거 아냐. 내가 무슨 북어포야. 심심하면 두들기게? 배가 따뜻해지니까 맞은 것들이 억울해진다. 죽음이고 뭐고는 싹 잊어버렸고. 주춤주춤..... 쇼파에서 꼴 같잖게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는데, 훽 그가 얼굴을 돌린다. 허억!! 간 떨어지겠다..... "내일 옮겨.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쓸데없는 건 다 버리고. 방도 빼." 녀석에게서 가장 길게 들은 말이다. 그런데.. 저, 저것이 뭔 소리다냐???? ???? ??? ?? "...무슨?" 한심하다는 듯 쏘아보는 저 눈길... 일어나서 내 옆으로 온다. 질 줄 알고! 같이 찌리리리 째려봐주었다. "차.은.수. ......내가 누구지?"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내 이름을 듣는다...... 낮은 그의 목소리...... 까만 눈을 노려보고 있으려니 저절로 입이 달싹거린다. "...알아서 뭐 하는데?" 즉시 놈이 나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어버렸다. 쿠당-----당. "아윽!" 전체 몸 위로 작열하는 상처의 기억들...... 예상치 못했던 느낌에 앞을 주시하니, 그의 얼굴이 내 목을 덮고 있다. 어리벙벙해서 있는데, 놈이 목덜미를 질끈 깨물었다. "흣!..." 학습 능력이란 건 무섭다. 동성에게 안기라고 만든 본능이 아닐텐데도, 어제의, 일주일 전의, 그보다 더 전의 학습으로 인하여 나는 저항하지 않고 곱게 놈에게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무기력증... 그가 덤빌 때마다 무엇도 할 수 없어지는 이상한 감각들... 더 잘 걸 그랬나...... 모르겠다... 어서 끝났으면 좋겠어.... "아흐으윽!!.... 으으응!!.... 아아악...!!.." 녀석의 친절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는 나를 챙길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야 어떻든지 간에 지 것의 욕망을 채우면 그만인 거지... 그래... 내가 졌다. 싸움에도 졌고 이런 짓거리를 해도 밀쳐낼 힘도 없다. "우흑..... 으읏!!..."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낀 순간, 내 팔은 그의 목을 잡았다. 어제의 학습까지도 확실하게 습득한 건가. 놈은 그런 학습 따위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안이 헤집어지면서 질퍽질퍽∼∼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커다란 파도가 한 번에 넘치도록 들어와서 쏴아∼∼ 하며 빠져나간다. 엉덩이에서부터 아래는 주체를 못하고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마구 펄럭인다. "아악!!... 으읏!!... 우학!!!.........으흑......." ".....내가 누구지?" 울면서 매달려있는 내 귀로 파고드는 섬뜩한 그의 목소리. 고개를 휘휘 젓자, 엄청난 속도와 크기로 속을 할퀸다. "아아아악!!!" ".....내가 누구지?" "......아아......으흑.......몰라...." "........." "으흐윽!! 아학!!.....으아악!!!" ".....내가 누구지?" 어감 하나 안 변하고 똑같이 울리는 목소리에 속이 타버릴 것 같다. 뜨거운 열기가 밑에서부터 위로 역류한다. 머리가 파열되는 게 아닐까..... 눈물 때문에 앞에 잘 보이지 않았다.... '아프다'.... '정말로 아프다'... 이제야 '아프다'라는 단어를 찾았다니... 그동안 나는 무얼 느낀 거란 말인가... "....흐윽.... 정말로... 정말로 몰라!... 모른다구....." 사실이다. 흑림고의 짱이라고 몇몇 녀석들이 이름을 대기도 했었지만 한 번도 기억하려는 노력 따윈 해 본 적이 없다. 들었더라도 기억의 회로에는 없다. "......난 최.정.우.다." 최.정.우........ "아악!!... 우욱!!...." "...이젠 대답해 봐....내가 누구지?" "......하악....흡!..............최..흑!....정.우.....으읏!!" 거듭해서 깨닫는 것이지만 그는 몇분으로는 만족이 불가능하다. 몇십분이고 몇시간이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를 굴복시킨다...... "...넌 내게 복종해야 해.....말한대로 해서 내일 낮 2시까지 와." 아아....... 뭐라는 걸까....... 뭐라고 했었지? 옮기라고..... 옮기라고......... 머리가 쪼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로 세번 다 기절이군..... 빌어먹을..... stage 5. "은수야..... 은수야........ 차은수!" "응.....?" "무슨 생각을 하는데, 몇 번이나 불러도 모르냐?" "아무것도 아냐. 왜?" 수형이는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입을 연다. '측은하다'라니...... 역겨워... "요새 너무 박혀 있는 거 아냐? 시내 좀 나가자고." 싫다. 좋은 꼴 볼 건 하나도 없는데. 하지만...... 그 집보다는... 훨씬 낫겠지. "알았어." "OK. 방과 후에 바로 가자." "응." ".......허리가 진짜 이렇게 잘록해가지고, 옷이 26인치만 돼도.... 글쎄...." 옆에서 시끄럽게 조잘대는 수형이를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건물 현관을 나왔다. 교정을 지나가는데, 정문 쪽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녀석이 있다. "야! 야! 지금 교문에서 장난이 아니야!" "무슨 일인데?" 옆에서 대놓고 소리를 지르는데, 모두의 눈이 쏠린다. 수형이가 그냥 지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는 눈짓을 한다. "흑림고 말야!" 가슴이 내려앉는다. 이민준.... 결국 장난하고 놀자는 거였냐.... 아니, 언제 내가 너를 믿기는 했나? 널 탓할 게 아니지.... 실없는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나오려 한다. "또 왔어?" "지난 번에도..." "근데, 이번엔 혼자라니까!" "뭐? 무슨 말이야? 혼자라니?" "글쎄... 흑림고 짱이라는 그 녀석이 혼자 교문에 버티고 있다고!!" 쿠∼∼∼∼웅.... 뭐야.... 이건.... 최.정.우? 웅성웅성 떠드는 아이들 속에서 넋이 나간 듯 서 있는데 갑자기 수형이가 나를 뒤로 잡아끈다. 왜 그러냐는 눈으로 보니까, "너, 지금 그 자식이랑 봐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뒤로 가자." 지금... 나한테 도망가자고 하는 거냐?... 어차피 집에서 종일 보게 될 놈을? "은수야! 니 기분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진 건 맞잖아. 지난번에도 녀석들에게 맞았다면서 이번엔 짱 놈이라니.... 그냥 물러나자. 응? 기회는 후에도 많아..." 아니... 내게 기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이미 그 싸움에서, 그날 밤에.... 나는 없었다. 그 놈의 아래에서 울면서 놈을 받아들이고 이름을 외운 후부터.... 나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내가 지금 제정신으로 사는 거 같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야! 놈이... 놈이 나를 살려놔서.... 그저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면 믿을 리 없겠지!! "됐어. 너나 뒤로 가." 태연을 가장하고 걸어갔지만.... 막상 눈 앞에 정문이 보일 때부터는 떨리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 왔을까... 왜??? 혹시 놈의 목적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과민 반응 하지 말자.... 내가 아닐 수도..... 정면으로 마주친 눈동자. 확 멈춰버린 내 발걸음. 그의 목표는 나 차.은.수.였.다. "은수야..... 저쪽으로 가자. 야, 말 좀 들어라...." 수형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잡아끄는 동안, 나는 놈을 보았다. 정확히, 놈이 내게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검은 교복... 검은 눈동자... 점점 커져오는 그의 그림자... 퍼억!! "흣!" 그의 발길질에 사정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은수야!!........ 이봐... 그만해.... 지난 번에도 했잖아.... 이제 은수, 조용히 지내고 있다구..... 제발... 그만해..." 친구는 용감했다. 정녕 용감했다. 내게 있어서 가장 친구다운 건 그래도 수형이, 니 놈 뿐이다... "일어서." 목구멍에서부터 골골골 울려오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일어났다. 수형이가 나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큰 덩치에 안 맞게 재빠른 몸놀림.... 콰악! 내 멱살을 움켜쥔다. 이제 남들의 시선 따위 알고 싶지도 않다...... "1시간........... 지겨워." 그가 훤한 대낮부터 나를 끌고 간 곳은 나이트. 자리에 털썩 앉더니 우물쭈물 서있는 날 거칠게 잡아당겨서 옆자리에 앉힌다. "에에? 이게 누구야∼ 최정우 아냐?" 진정 하늘은 내 편이 아니었다. 장.현.재. 저 얼굴을 이런 마당에서 보게 될 줄이야... "어라? ......차은수?" 현재의 왕방울만 해진 눈을 의식하면서 얼굴을 돌렸다. "둘이 이런 데도 같이 올 정도로 친했냐? 은수는 티 하나 안 내던데... 참, 그 때도 정우가 너 불렀었지.... 나는 진짜로 첨엔 몰랐다니까."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근데 그 땐 왜 그냥 갔냐?........ 사실, 정우네와의 사건은 좀 미안했다. 하지만 너희도 화해한 것 같....."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주먹이 닿은 곳은 저 뻔뻔한 낯짝이 아니라, 넓은 손바닥 안이었다. 정우가 일어나서 막은 것이다. 장현재는 두 눈을 바보처럼 꿈뻑꿈뻑 멍청히 움직였다. "뭐야.... 지금? 차은수 니가 날 치려 한 거냐?" 미묘한 어감... 너 까짓게 뭐냐는 듯한.... 그래, 쓸개 없는 놈아!! 정신 차리라고 한 대 좀 패주려고 했다! 정우만 아니었으면 직통으로 맞아서 바닥에 굴렀을텐데, 아주 아쉽다고! 최정우..... 왜 막고 난리야? 너한테 달려든 것도 아니건만....... 차마 정우에게 덤비지는 못하고 울분에 싸여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고요하고 차분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앉아." "......." 화가 난다. 너에게... 너에게 졌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따위 얍삽이에게 내가 꿇릴 건 없단 말이다!! 내 일에 간섭하지마! 내가 니 노예라도 된단 말야!!! 그렇게 빽 소리지르고 당장 나와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심장을 꿰어버릴 듯 빛나는 그의 눈에 기운이 빠져서 의자에 털썩 내려앉고 말았다. 제.......길.... 정말 인생 잡치는 군...... "헹! 분수를 알아야지. 주제 파악이나 잘 해라!" "......"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직접적으로...... 내 이성을 잘라낸 놈은 이 자식이 처음이었다. 누구도...... 누구도.... 대놓고 떠들진 않았다. 정우조차도... '네가 졌다'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분수? 주제 파악? 오냐.... 내가 오늘 너에게 확실히 국어를 가르쳐주마...... 이렇게 된 이상 정우라 해도 눈에 뵈일 리 없었다. 모든 이성의 굴레가 끊기기 1초 전!!! 팔뚝만한 구렁이가 내 어깨를 휘감았다. 뭐야? 이, 이게....... 놀라서 현재를 노려보던 눈을 어깨로 가져가니...... 구렁이가 아니라 정말 팔뚝이었는데..... 정우는 그렇게 나를 감고 술잔을 입에 대면서 싸늘히 중얼거렸다. "장현재. 주둥이 닥쳐." "뭐, 뭐야..... 최정우! 이 자식이! 너, 우리가 좀 넣어줬다고 보이는 게 없는 모양...." 콰앙!! 쿠당다앙!!!!------------------ 음악을 깨부술만한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고 그 시선의 중앙에는 발라당 넘어져버린 탁자가 있었다. 정우가 탁자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붙자는 거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현재의 음성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장현재, 이 놈도 정우에게 맞은 적이 있는 건가? 왜 저리 쫄아? "꺼지라고 했다." "...............조, 좋아........ 나중에 보자고........" 현재는 꼬리를 내린 강아지마냥 깨갱거리며(?) 시야에서 황급히 사라졌다. 나는 뜻밖의 상황 전개에 어벙벙하여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왜 화를 내지..? 그렇게 들고 싶어했던 연합의 멤버 아니냐고..... 게다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인 현재 놈이 이리 쉽게 물러서다니... 종업원이 와서 탁자를 세우고 닦고 아래를 치우고 다시 술을 가져다 놓는 동안, 나는 어깨에 얹혀진 팔의 무거움을 되새기면서 괜히 기가 죽어 가만히 그의 옆모습만 훔쳐보고 있었다. stage 6. "으흥....으응!!.....아아아앗!....아항!!...." 몸은 솔직한지라, 언제부터인가는 완전히 노골적으로 반응하며 정우의 몸이 안아주기를... 그의 것이 들어와주기를... 그를 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내 몸의 희망을 져버리지 않았고 할 때마다 항상 먼저 들어와서 가장 후에 나갔다. 강제로 이사를 한지 2주... 매일 밤마다 몇번씩 안기면서 나는 확고하게 그의 일부가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나의 끝은.... 거듭되는 졸도. 그리고 찬물이나 얼얼한 뺨 때문에 일어났다가 기절한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던 피스톤질까지 배로 느끼면서 다시 정신을 놓치는 게 다반사였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정우는 나를 깨웠고 맨마지막에 가서야 나를 풀어주었다. 그의 엄청난 정욕 한가운데 자리 잡아서 밤을 새고 나면 아침에 일어난다는 건 상상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그 때문에 나는 2주 중, 1주는 오후 등교를 해야 했다.-엄밀히 말하자면 12일(일요일을 빼니까)의 7일...... --;; ...- ......흑림고 놈들은 내가 이사한 후로 우리 학교에 온 적이 없다. ************************************************************************************* 드디어...... 녀석이 완벽하게 내 손에 들어왔다. 4월에 전학을 왔으니.......... 오늘이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그 한 녀석을 잡기 위해 꽤나 공을 들여야 했다. 귀찮았지만 '짱'이라는 노릇도 했고 패싸움도 하고 다녔고 주변 분위기 조성에도 신경쓰고... 녀석의 모든 걸 다 조사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한 번으로......, 한 번으로..... 완벽하게 잡기 위해서. 일단 들어오면...... 절대 나갈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 두 번이란 내게 불가하니까. 첫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고..... 그 날 밤에 나의 씨는 열매를 맺었다. 벌써 지난 달의 일인가.... 그 날은 절대 잊을 수 없다...... 4∼5개월간 나는 금욕을 했다. 그것도 일종의 준비인 양, 여자도 남자도 안지 않았고 심지어는 자위조차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은 채 놈을 기다렸다. 곧 내 품에 들어와 나의 모든 것을 가질,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차.은.수.를...... 황홀한 절경... 싸움판만 골라 다니던 녀석이었다지만... 녀석의 몸은 나보다 훨씬 부드럽고 약했다. 자그마한 꽃봉오리처럼 오므라들어서 천천히 숨쉬고 있는 은수의 아래를 본 순간.....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는 것을, 이제 손안에 움켜쥘 수 있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다. 더이상 나를 동여매지 않아도 되었다. 은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나의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고 내가 이렇게 이겼으며 녀석이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사랑'이라고 듣지 않아도 아직은 괜찮다... 나는... 그 말마저도 조만간 받아내고 말테니까.... 그는 지금 내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있다. 너무 과하게 참아온 탓인지, 최근 한달간 나의 욕망은 번번이 은수를 꿈의 세계로 보내버린다. 하지만 상관없다. 녀석은 내 것이지 않은가. 쿡쿡... 입술을 가져가 은수의 어깨를 살짝 깨물었다. 그 때, "따라리랑∼ 따라리랑∼ 손님이 오셨습니다∼ 따라리랑∼" 일요일 아침의 조용한 기쁨을 깨는 초인종 소리... 사람 목소리를 집어넣은 걸 하는 게 아니었는데... 바꿔야겠다.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인터폰을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 왠 아줌마다. 누굴까? "누구세요." "저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여기에 은수가 오지 않았나요?" 은수? 아....... 그러고보니 은수에게 가끔 찾아오는 어머니가 있다는 조사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은수 어머니라....... 쯧.... 갑자기 아들이 방을 뺐으니 놀라셨겠군.... "네. 맞습니다. 들어오세요." 찌잉---- 버튼을 눌렀다. "은수가.... 우리 은수가 여기 있다고 들어서......." "네. 죄송합니다. 어머님께 말씀드린다는 것을 잊었어요." ".........그런데 왜 은수가 여기에......?" 살림에 찌든 아주머니 하나를 구슬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지. "부모님께서 외국에 계시기 때문에 제가 이 집에 혼자 살거든요. 은수 사정을 알고 보니 저와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찮겠지요?" 아주머니는 휘둥그레한 눈으로 집안을 살펴보더니 말을 못 하신다. 나는 준비했던 통장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세값입니다. 저야 돈은 필요없고 은수도 돈 내라고 했으면 안 들어왔을 테죠." "그, 그런!! ........너무 고맙지만.... 어떻게 이런 집에서 그냥...." "괜찮습니다. 그저 몸만 있어줘도 외롭지 않고 좋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정말 고맙구나......"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서로 좋은 일이죠." "참.... 은수는 어디에...?" "따라오세요." ************************************************************************************* "엄마??" 누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겨우 눈만 치켜 들었다가 놀라서 번쩍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엄마야. 잘 지냈니? 다친 건 다 나았구?" 나는 옆에서 태연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정우에게 눈을 돌렸다. 저 무덤덤한 얼굴...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시겠지... 하긴 아신다면 또 기절하셨을 껄... 아마 이번엔 못 일어나실 거다.... 삐질삐질... 그렇다고 설마 이 방을 안내할 줄이야.... 으... "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이 녀석아! 엄마한테 전화 한 통 안 넣어주고, 방을 빼면 어떡하니? 엄마는 네가 어떻게 된 줄 알고..... 놀라서.... 주인집 아주머니께 물어보고 동네 슈퍼에서도 물어보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난 또 니가 어디 다른 곳으로 가버린 줄 알고....." '콩'하면서 알밤이 날라온다. 하지만 얼굴에는 눈물이 한가득. "아아.... 잘못했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잘못했으니까 울지 마세요....." "그래, 그래.... 다행이다. 이렇게 좋은 친구도 있어서....." 좋.은...친.구.?? 내가 할 말을 잃고 얼굴을 드니까 저 포커페이스가 싱긋 웃는다. 잠......깐만....!!!!!!! 지금!!!!!! 최정우가 웃은 거야?!?!?!?!?!?!?!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세상이 천지개벽을 다시 하려나보다.... 어머니께서 뭐라고 몇 마디 더 하셨지만, 이미 내게는 무엇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싱.긋.' 웃었던 놈의 면상만 떠오르고...... 그 주변에 어울리는 꽃이 있다면 그건 식.인.꽃.!!! 일 거란 생각을 했다. --;;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한참동안 정상 회복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아아흣!!.....흐응!.......으........아아아아악!!!" 아무리 학습이 된다고 해도.... 집채만한(??) 것을 담고 흔들 공간 따위가 내 몸에 있을 리 만무했다. 하물며 매일이라니... 다 차지도 않았는데, 가위로 입구를 찢는 것 같은 통증이 날카롭게 올라왔다. "아아악!!!" 아무래도...... 또 찢긴 모양이다. 엊그저께 찢은 걸로도 모자라서......ㅠㅠ... 나는 요새 거의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다. 이렇게 잔혹하게 찢기고 매일 당하는 몸으로 큰 일을 치르면 어.떻.게. 되.는.지.를.................. 한 번 화장실에서 겪은 후부터 말이다. 차은수. 인생 19년. 화.장.실.에.서. 졸.도.해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아하아악!!......응.......으흐윽!!...흣!..." 정우의 목을 안고 엉덩이를 야단스레 움직이며 밀리는 몸을 지탱해보려고 기를 쓰고 있는데, 귓가에 허스키 보이스가 들렸다. "........내가 누구라고?" 또 시작이다. 대답을 안 하고 꾸물거리다간..... "아아악!!.....우흡!!.." 이렇게 된다. 지난 번에 아래가 찢긴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일부러.... 내가 이번에는 대답하리란 걸 점치고 노리는 것이다. 약은 놈. 또 튕기는 허리... ".....아흑!! 우으.......정우!...최정우.....흐읍!!" 또 찢길 아래가 두려워 빠르게 댔다. "훗.....그럼... 이젠... 으음!!... 내 이름을 불러."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이름을 부르라고? 무슨 뜻이야?!?!? "....아윽!...후읏!!....으흥.."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막지 못하고 다 내고 있는데, 아래가 또 힘차게 차올라온다. "아아.....흐악!!...아...아..." "제길!!......말 안 들어?" "흐아아!!.....으흑!!.....으으...아..." 무슨 말을 들으라는 거야? 이름도 댔건만, 또 왜 이래?.... 밑이 너무 아프다... 이런 건 차라리 기절했을 때 하란 말이다! "...지금....거역하는 거야?...흣!" 정우가 달뜬 목소리로 뱉어내더니, 속도를 두 배는 넘게 올렸다. "아하아악!! 으흐윽!!...뭘!! 뭘 말이야?......네가 하란대로 했잖아.......윽!!" ".....이름으로 해......." "아흐윽.....으흥......욱!!...." "안 해!?!?!?!?!?!?" 그의 낮은 목소리가 크게 방 안에 울려퍼지고 내 모든 감각을 사로잡았다. 아직도 의미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더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밑이 찢겨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 그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으아악!! 할게.....할테니까........" 눈물 때문에 천장이 바다처럼 보였다. 내가 정신없이 수긍을 하자, 슬슬 속도를 내리고 사근사근하게 안을 더듬는다. "응......" 이 한 마디에도 바로 폭발해버릴 듯, 아래가 흔들린다.... 녀석의 인내심은 제로에 가까우니까. 이름을 부르라고? 쳇!! 굳이 안 불러도 다 외웠구만..... 더이상 안 하고 있다가는 무슨 꼴이 날지 모르겠다. 에잇!! 어떻게 되겠지!! "..응...정....우...으흥..." 그제서야 좀 만족이 됐는지, 진정하는 눈치다.... 에고.... 무셔워라... 그런데.... 어쩐지 이름을 부르니까.... 더..... 친근감이........ 생긴다......-.-;; 마치... 이건..... 사랑하는 부부들의...........제, 제기랄!!!......도대체 무슨 속셈이얏!!....--;; "...계속... 계속해...." 우이씨..... 아아..... 불만을 가지기엔 나의 욕망도 너무 커져버렸다... "흐응....정..우....정.....아흐윽!!.....정우...!!!" 녀석은 새벽까지 정신이 들 때마다 이름을 부르라고 강요했고 난 도합 수백번은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밤새 목이 쉬어버렸다. stage 7. "은수야, 뭐하냐?" 점심시간에 스탠드에 나와서 공 차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수형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옆에 와서 앉는다. ".....지난 번엔..... 괜찮았냐?" 교문에서 정우에게 끌려갔던 날을 말하는 것 같다.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건 쉰 정도가 아니라 100% 잠겨서 말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니.. 나, 원.... 어쩌다 이 꼴이 됐을까.... 청운고 짱이었던 차은수가. "은수야? 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냐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지만.... "무슨 일 있구나!! 응?? 너, 괜찮은 거야?" "제길! 괜찮다니까!! 쿨럭쿨럭...." 내 목소리는 다 죽어가는 노인네들의 목소리에다 귀신의 톤을 섞어서 나왔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기에 내심 놀라고 있는데 수형이의 얼굴을 보니 날벼락을 맞은 표정이다. "너 왜 그래?" 나는 팔을 휘휘 내저었다. "벌써 감기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젠 별 걸로 다 고생이네." 내 말이 그 말 아니냐. 목까지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니..... "괜찮은 잡지를 구했는데, 오늘 보지 않을래?" 괴물같은 목소리에 묻지는 못하고 눈만 돌리니까 그래도 10년 알았다고 의사소통이 된다. "짜식! 괜찮은 거라니까.... 꽤 리얼해! 그거 하는 장면도....헤헤....." 그......거? ...................내가 밤마다 당하고 있는 짓거리 말이냐?..... 끔찍하다!! 끔찍해!! 지금 이 꼴이 된 게 다 그 덕분인데..... 절대 싫다고!!!! 얼굴을 좌우로 휙휙 돌려서 거절했다. "에게.... 싫어? 츠.... 하긴 요새 좀 힘들기도 했지..... 그럼, 그냥 너희집에나 가서 좀 놀아주마." 우엑?!?!? 누구네 집? "아...안.. 돼!!" 아무리 내기 싫은 목소리라도 이것만큼은 확실히 해둬야 한다. 누구 장사지낼 일 있냐. 어딜 온다고? 말도 안돼지... "흐음.....? 이상하네... 너 여태까지 한 번도 오지 말라고 한 적 없었잖아?" 그랬었지... 하지만 최정우 변태 자식에게 잡혀 완전 노예 취급 당하고 있는 날 구경오라고 내가 허락하겠냐?!?! 니가 내 입장이 되서 생각해 보라구!! "어쨌든 안 돼!" 수형이와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어깨를 잡는다. 이민준이었다. 수업은 어떻게 하고 남의 학교에 와 있는 거냐, 이 자식은. "나랑 이야기 좀 하자." "후우.......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아냐?" 나는 녀석에게 별로 신경쓰지 않고 하늘의 구름을 세고 있었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란 말은 사기야, 사기! "....최정우가...." 흠칫! 나도 모르게 눈이 민준의 입으로 향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수백번 정도 입으로 소리내서 한 단어만 외워보라고!! 나중에는 그 단어만 들어도 머리털이 쭈뼛하고 모든 뜻이 다 생각나고 저절로 입이 따라서 달싹일테니.... 바로 어제 일인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나오면서 아찔했던 순간들이 몸 안에서 되살아나고...... 심지어는 다리가 가느다랗게 떨릴 지경이었다. "...정...우..." 내 입에서 멋대로 취한 목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그래! 최정우, 그 새끼가 오늘 광명고를 아작내버렸단 말이다!" 광명고? 아작? ...................장현재...........................꼴 좋겠다. 내 머리에서 생각이 난 건 그것이 전부였다. "놈은 진작부터 연합의 규칙따윈 개떡 보듯 하고 있었어!! 제길!! 차은수! 너 그 새끼랑 같이 살지?" 내가 똥그란 눈으로 바라보니까 입술을 일그러뜨리면서 비죽거린다. "너희 어머니랑 길에서 만났는데, 이사갔냐고 물으니까 대답해주시더군. 그래..... 너희야말로 뒷손이었다 이거냐?" 뒷손? 지금 이 자식이 생사람 잡고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놈은 내가 대답이 없자 수긍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개자식들!! 하!! 그렇게 니들 둘이 손 잡아놓고 나한테 접근한 거야? 그런 줄도 모르고 난 얼씨구나 해서 놈의 제의를 수락했고? 차은수, 이거 너무 비겁한 거란 건 알고 있는 거냐? 항상 깨끗한 척 놀더니, 뒷북은 있는 대로 두들긴다 이거군! 조질 놈들!! 씹!!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엉? 네가 내게 이럴 수가 있냐고!!" 아무리 막힌 목소리라지만... 귀가 뚫린 이상 참을 수 없다. '놈의 제의'?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야말로 진짜 뒷손을 잡은 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변한 목소리를 생각해서 흥분을 죽이며 음을 아래로 깔았다. "이.민.준.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제의란 게 뭔데? 나도 좀 들어보자. 애들이 다 쓰러지고 결국 나 자신도 졸도할 때까지 그렇게 피 터지게 싸운 놈에게 와서 뒷손이 어쩌고 저째? 이 개병신 같은 새끼야.... 너야말로 그딴 맘을 꼼쳐두고 내 앞에서 무슨 지랄을 떨며 나다닌 거냐? 같이 사냐고? 그래!! 매일같이 얻어터지고 학교 전체를 말아먹을까 겁나서 그 새끼 밑에 꿇었다! 하라는 대로 다 했다고!! 근데 광명이 깨지든 네 놈이 깨지든 나랑 뭔 상관이야? 우리가 통채로 전멸했어도 눈도 까딱 안 했잖아?!!! 밸도 없는 새끼들아!! 내가 네게 뭘 어째? 니 놈 눈알이야말로 이 자리에서 뽑아 씹어먹고 싶다!!" 나는 분에 차서, 나오는대로 모조리 다 지껄였다. 눈 앞에 있는 놈이 악마의 사촌으로 보였다. 그랬군!! 그래..... 어쩐지 체면치레를 좋아하는 니 놈이 왜 우리가 그 꼴이 되도록 내버려뒀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미리 짠 거였어!! 정우와 말이지! 하!! "하하.....하하하하.................씹새끼들......." 이민준은 내 말을 듣더니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이 놈도 꽤 상황 대처를 잘하는 약은 놈인데, 표정이 저렇게 파랗게 질리다니... 지도 홧김에 달려왔을텐데, 상대를 전혀 잘못 짚은 거지. ".......이런........미, 미안하다.....난 네가 놈과 손 잡고.............제길!! 이건 다 그 놈 탓이야! 최정우 그 자식이 오기 전까지 우린 모두 괜찮았잖아? 녀석이..... 연합을 박살내려고 마음 먹었을 줄이야......................은수야!!.....이번 일만 끝나면 내가 정말 제대로 사죄할게...... 그러니까...... 나 좀 도와주라...... 응?" 한 가지는 맞았고 한 가지는 틀렸다, 이.민.준. 맞은 것을 알려줄까? 겉으로만 평화였다해도, 겉으로만 위장된 우정이었다고 해도 최정우가 오기 전까지는 괜찮았다는 것. 틀린 것은........... 절대 너의 거짓을 되돌릴 순 없다는 것. 고로 내가 너를 도울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없다는 것..... 차라리...... 이런 비유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정우는 내게 거짓을 말한 적은 없었다. 너의 비린내 나는 혀보다는 정우의 뜨거운 혀가 더..... 아니 훨씬 더 낫다. "은수야!! 제발........ 도와줘......너도....네 말대로라면 너도...... 놈을 치고 싶을 거 아냐?" 끝까지 치사하게 물고 늘어지는 거냐? 너는 아직도 내가 정우와 손을 잡았다고 믿고 있겠지. 좋아!! 니 소원대로 해줄 수도 있어!! 정우 자식이 허락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민준. 우리 얘긴 끝났어. 너의 간사한 혓바닥을 믿느니, 차라리 최정우의 아래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어차피 넌 나 같은 게 사실 필요하지 않잖아? 잘 해봐." 내가 돌아왔을 때, 흑림고 녀석들 수십명이 정우의 집 앞에서 웅성거리며 흩어지고 있었다. 이미 가고 있는 놈들도 많았고.... 내 쪽으로 오던 놈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놈들은 예전처럼 접근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아직 대문엔 아이들이 많았다. 사라지고 나서 가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는데, 한 놈이 내 어깨를 잡는다. "정우 형, 안에 있어요." 호오∼∼ 내게도 존대를 써주다니,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무시하고 가려고 했는데 쪼끄만 것이 또 우물거린다. "형 오면 즉시 데려오라고 했단 말예요." '형'? 쳇! 난 니 같은 동생 둔 적 없다! 어쨌든 말이 '데려오라'지, 원래는 '잡아오라'던지 '끌고오라' 아냐? 이제는 거의 흩어지고 몇 명만 남아있는 대문을 통과해서 거실에 발을 들여놓으니까 바로 앞, 쇼파에서 정우와 다른 세 녀석이 앉아 있다. 한 놈이 정우의 왼쪽 팔에 붕대를 감는 중이다. 학교에서 민준에게 싸움 얘기를 듣고 계획했던 내용은 녀석에게 '일 한번 잘 벌였구만'이라고 비아냥거려주고 훽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다친 걸 보니, 그 말이 쑥 들어가버렸다. 정우가 나를 보고는 손짓한다. 나는 괜히 착잡한 마음으로 녀석의 맞은 편에 풀썩 앉았다. 옆의 세 놈은 나에겐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최정우..... 애들에게 뭐라고 해놨길래 태도들이 싹 변해가지고.... 차라리 예전이 더 낫다! 갑자기 깍듯해지니 불편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다친거야?" "이거? 그 새끼가 칼을 가지고 있어서." 그래서 다쳤냐구! "그럼, 넌 없었어?" 칼도 안 들고 전쟁터에 나가냐? 그러다간 찔려 죽기 십상이지... 녀석이 다쳤다는데, 왜 내 기분이 개떡같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놓고 갔어. 한주먹감에게 무슨 칼 같은 걸 들고 가?" 어이고∼∼ 이제보니 잘난 척 하려 싸운 거 아냐? 그나저나 나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군. 꼭 내가 당했던 일을.... 이젠 이 녀석과 더불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냐? 젠장.... 진짜 기분 드럽다.....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녀석이 빤히 쳐다본다. "목소리 왜 그래?" 저 자식!! 뻔히 알고 있으면서..... 같이 살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정우가 첫 이미지처럼 초강력 포커페이스는 아니라는 점. 물론 거의 표정 변화가 없고 담담하기는 하지만 종종 날 놀리기도 하고 밤에는 화도 잘 내고...... 그런데 이상한 건, 다른 놈들에게는 별로 그러는 것 같지 않고 최고의 포커페이스임이 확실한가 본데, 유독 내게만 다르다는 점이다. 나는 '잠자리 노예'라 이건가...... "너보다 더 깔아보려고." 그렇게 툭 던져주고 올라가는데 쇼파에서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쿡쿡...쿡...하하...." "형?" "뭐야......? 정우? 갑자기 왜 웃고 그래?" 옆에 놈들이 놀라서 정우를 쳐다본다. 어이고..... 저게 뭘 잘못 먹었나? 좋기도 하겠어.... 이미지 구기지 말라고! stage 8. "팔은 괜찮아?" "그럭저럭. 사실은 느낌도 없어." 그러니까 지금 이러고-침대에서 나를 깔고 시작하기 직전 포즈로- 있는 거겠지. 오늘 내가 새로 알게 된 대.단.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최정우, 이 녀석이 바로 18살이었다는 것이다!!!! 맙소사!! 이제까지 당연히 동갑이라고 믿어왔는데..... 한 살 아래....고2였다니... 1년이면 밥그릇만 해도 대충 몇 백 그릇 이상은 내가 더 많이 먹었다는 건데... 어린 놈에게 쌈에 지고 몸에 지고...........인생 참 불쌍하게 돌아간다, 차은수... 이제 정우는 내게 말을 제법 많이 한다. 처음엔 침대 위에서 숨소리만 듣는 게 전부였는데, 요샌 물으면 대답도 잘 하고... 먼저 말도 꺼내고...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그에 대한 감정도 종잡을 수 없었다. 처음엔 그렇게 저주스럽고 죽고만 싶더니 지금은 오히려 녀석을 바라고 있는 자신을 보곤 한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하긴 지난 번에 이미 미치지 않았어?... 씨이.... "응......" 처음처럼 부드럽게 감아오는 혀...... 언제나 정우의 키스에서는 차가운 물맛이 난다. 그 시원하고 뼛속까지 얼리는 상쾌한 느낌.... "....그 목소리........별로 맘에 안 들어......" 뭐라고? 니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너랑 닮아서 싫다는 거냣!! "니가 어젯밤 내내 시켰잖아!" ".......오늘도 해." 쿠아아아앙----------------- 책상으로 머리를 쳐버린 느낌... "..시, 시, 싫엇!!...... 날 벙어리로 만들 셈이야?" "내가 잠들 때까지만 해." "뭐? 니가 언제 잠자는데?" 넌 밤 새서 그짓하고, 버젓이 아침엔 등교하고......... 오후에 와보면 멀쩡하고........ 나처럼 학교에서 퍼질러 자나.....--;; ".....지금...." "왓!" 녀석의 커다란 몸통이 내게로 넘어오려는 듯 하다가-허걱! 하마터면 깔려 죽는 줄 알았다...-.-;; - 옆으로 푹! 떨어진다. 이어서 허리를 감아오는 팔. 어라? 조용하다...... 슬쩍 위를 올려다보니-어린 게 키는 또 왜 이리 커!- 안 어울리게시리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게 아닌가!! "뭐, 뭐야.... 너..... 자는 거냐....." 의식은 아직 있나본데 말하기도 싫다는 듯, 팔로 더욱 허리를 죄인다. 케엑!! 숨 막혀!! -o- 새액새액--------------(정우의 숨소리) 오오--- 내게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 집에서 살게 된 후로.... 처음, 밤잠이란 것을 자게 되었다!! 이렇게 고마울수가.......ㅠㅠ.... 정우를 피곤하게 만든 현재 놈에게 감사(?)를 날리면서 나도 콜콜콜------------- "....수........은수!.......야! 일어나!" "으응......조금만 더......" 돌아누우면서 이불을 끌어안는데 휙 하고 바람이 날리더니, 품 안에 있던 이불이 사라졌다. 나는 배시시 눈을 뜨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검정색 바지.... 조끼.... 하얀 셔츠..... 정우다. 가려면 지나 알아서 갈 것이지, 단잠을 깨고 난리야... "우웅.....뭐야......" "일어나." ".......좀 있다..... 이불 줘..." 좀 서늘한 기운이 들자 어깨를 움츠리면서 말했지만, 말 할 필요도 못 느낀다는 얼굴의 녀석. 나는 정우의 손에 보이는 이불을 노리고 손을 재빨리 뻗쳤지만, 정우에게 오히려 뻗은 팔을 잡히고 끌려 일어났다. "늦었어." 그러니까 가란 말이다! "현관에서 기다릴테니 준비하고 10분 내로 나와." 무뚝뚝한 목소리로 툭 던지고 쾅 나가버린다. 우쒸이∼∼ 이젠 아침부터 괴롭히는 거얏!! "가자." 뭐......뭐..... 이거....... 같이 등교하잔 거얏??? 잠깐! 너! 학교가 다르자너!! 그러나........... 나는 녀석이 우리 학교 정문에 올 때까지 한 마디도 못 하고 얌전히(?) 쭐래쭐래 따라오고 말았다. 이미 늦었기에 선도부고 아이들이고 없었지만...... 그래도 영 맘에 안 드는데.... "몇 시야?" 에? 나, 시계 없는데? 나는 대답 대신 빈 손목을 정우에게 들어 보였다. 그러자, 녀석의 인상이 구겨진다. 꼭 신문지 구길 때처럼 파바박!------- 우우.... 모르겠는 걸 어떻게 하라고!! 내가 초능력자냐!! "....시계 없어." 황당하다는 저 얼굴...... 또 왜 그러는 거여?!? ".....푸훗!...후후...너 몇 시에 끝나냐고..." 저렇게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 꼭 살인 낼 놈 소리 같다는 걸 아나 몰라? 섬칫 해서 몸이 쭈삣쭈삣 선다구.... 웃기지도 않은데.... 쳇....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몇 시야'라고 물으면 누구나 다 시간 물어본 줄 안다고, 이 자식아! ".....4시에서 5시쯤." "확실히." "......4시25분에 종 쳐." "교문에 있어." 데리러 온다는 소릴 하는 건가?.... 지난 번에도 쇼를 하더니만.... "......넌 왜 한 번에 알아먹질 못하는 거냐..." 녀석의 굳은 목소리에 놀라 눈을 드니, 이미 그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다. 허거걱!! 뒤로 물러나려는데..... 확 허리가 끌려가고..... "읍!!" 차.은.수.인.생.19.년.째.모.교.정.문.앞.에.서.행.인.10.명.이.지.나.가.는.가.운.데.한.살.어.리.고.무.지.막.지.한.힘.을.가.진.사.내.놈.에.게.안.겨.딥.키.스.당.하.다. "야! 야! 너 지금 어디 사는 거야?" 쉬는 시간에 수형이 자식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다짜고짜 소리친다. 이 녀석..... 결국 그 집에 가봤군.... "호, 혹시....지하철이나... 서울역에서.... 아님 '노숙자의 집'이나...." 뭐라곳!! 이게!! "왜 때리고 그래! 그럼, 어디 사는지 왜 말 안 해?" "안 돼! 어쨌든 잘 살고 있으니 신경 꺼!" 니 놈 때문에 아침 사건이 또 생각났잖아!! 씨이----!! 티격태격... 수형이 녀석과는 예전처럼 잘 지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아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냉담한 눈초리는 천천히 나를 질식시켜가고 있었다. 수형이와 웃고 떠들면 떠들수록 공허함이 도는 세상..... 어차피 몇 개월이면 끝이다...... 다행이다..... 분명히 4시 25분에 끝난 건 맞았지만, 담임에게 끌려가 잔소리를 듣고 와보니 어느새 50분이 되어 있었다. 인생철학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군. 시끄러운 담탱이! 결국 지각하지 말라는 거 아냐? 그게 인생이란 뭔 관계냐? 니나 인생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라! 개뿔이---- 그나저나 '인내심 제로'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도 안 된다. 또 발에 채일 가능성도 농후하고... 지난 번에 한 시간 기다리게 했다고-누가 기다리랬나! 지가 멋대로 서 있어 놓고는...- 발차기를 날리지 않았던가. 오늘도 나이트에 끌고 가려는 건 아니겠지... 서둘러 가방을 싸고 일어섰다. 메려고 끈을 잡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쿠웅---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우와악!!" "으억!!"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짱의 자리를 상실한 이후로 흔히 생겨버린 일이다. 심심하면 주먹이 왔다갔다 하고 지네들끼리 책상을 넘어다니고...... 교내에 있는 놈들, 못 잡을 건 없지만... 그렇다고 추락한 명성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더 꼴 사나울 게 뻔했기에 나는 수형의 말대로 콱 처박혀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19년 삶 이래 가장 조용하고 지내고 있는 세월이 다름아닌 지금인 것이다. 55분...... 30분 지났군... 아침엔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항상 집에서 홀딱 다 벗기고 지 내키는대로 뭐든 해대는 주제에..............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들고.... 콰-앙!!! 어느 새끼가 문을 부서지게 열어 제낀다. 정말........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울어. 애새끼들..... 아무리 내가 좀 밀렸다고는 하지만, 교실이 운동장이냐?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속에서 잔뜩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추스리며 얼굴을 들었다가...............................가방을 떨어뜨렸다............... 최........정우??? 활짝 열린 문 뒤로 바닥에 뻗은 세 놈이 보인다. ".......정우?" 맙소사-------- 저 자식..... 30분을 못 기다려 쳐들어온 거야?? 누가 널 말리겠냐...... 뚜벅뚜벅-------- 나는 긴장했지만, 그래도 꼿꼿이 놈을 째려봐주면서 가방을 내려놓았다. 녀석의 발이 들리는가 싶더니...... 콰악!! 그대로 내 배를 걷어찼다. "욱....!" 지난 번이 장난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이거..... 너무 세잖아....... 나는 그 한 방에 배를 움켜쥐고 털썩 아래로 주저앉고 말았다. 녀석은 정확히 3번을 더 차서 바닥에 나를 굴리다가 내 멱살을 쥐고 밖으로 끌고갔다. 교문까지 그렇게 끌려가는 동안 나는 완전히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버렸다. 수백명의 시선 속에 질질질질 녀석에게 잡혀가는 내가 있었다. 하하....... 내 입으로 그랬지..... 니 꼴리는 대로 하라고...... 지금이라고 변했을 줄 알아? 웃기지마! 같아! 같으니까 죽이든지 살리든지 어떻게든 해봐!! 무슨 꼴을 당해도 좋으니까................그러니까.............. 제발.............정신 못차리게 만들어줘................모든 사고회로를 정지시켜줘....................미치게 해줘.......... stage 9. "욱!!.....윽!!....크윽!" 그는 그대로 집까지 끌어다가 나를 거실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고 발길질을 하고 있다.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맞지 않은 곳을 찾을 수가 없도록.... 온 곳에 상처와 멍이 들어간다........ 그의 발이 닿을 때마다 전신이 움찔움찔 도망가라고 비명을 지르지만..... 이미 불가능한 일인 것을..... 도망가려면 진작.... 그를 보기 전에... 만나기 전에......... 오래 전, 그 싸움을 치르기 전에............. 도망쳤어야 했다. '너는 내가 접수한다' 이대로 뭉개져버릴 것만 같은 몸뚱이가 그의 말을 되살린다. 무언지.........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하악!! 으윽!.....흐으..............." 움츠릴 힘도 없어서 고스란히 직방으로 몇 대를 더 맞고 나는 바닥에 십자로 뻗어버렸다. 아직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머리는 살아있나..... 터억!! 위에서 내 배를 밟은 그가 숨을 고르는 것이 들려온다. 이제 놓아주려나........... 힘들다....... 자고 싶어......... 눈도 못 뜨고 헐떡거리고 있는데.... 벌어진 일은 나를 기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밸트를 끄르는 열띤 손... 동시에 바지와 브리프가 무릎 아래로 안녕을 고하고 하부가 썰렁하게 드러난다. "하.....으...하...지마.....후아......" 높이 젖혀지는 다리... "아학!!.....으으......." 신음소리조차도 제대로 낼 여력이 없었다. 그의 것이 입구에 닿았다는 느낌 만으로도 저승에 갈 것 같다...................들.어.온.다.......... 눈에 희미하게 그의 얼굴이 잡힌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를 계속 응시했다......... 그가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마주본다. 겨우 3∼4미리나 될까 한 시야를 한 가득 차지하고 나를 노려보더니 거칠게 내뱉는 말. "...눈 깔아." "....." "눈 깔아!!" "....싫어." 간뎅이가 배 밖으로 나와버렸다. 이렇게 갈갈이 찢긴 마당에 눈 하나도 마음대로 볼 수 없나 싶어 너무나도 억울했다. "쳇..." "흐읏!! 아아아아.............!!!!" 비명을 끝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고 상체를 꺾었지만..........몸안으로 그의 것이 강타하며 잘게 부스러진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나는 이승에 있지 않았다. 아아........................깨지 않았으면............ "......으..흐............." 앞이 오락가락 흔들린다. 또 어두컴컴한 세상. 뱃가죽이 오그라들 정도로 수축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뿐, 아래는 거의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얼한 정도가 아니라 내 몸에서 벗어나서 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앞뒤로 흔들흔들 요동을 치는 하체. 나는 의식이 돌아왔어도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갑자기 뜨겁고 튼튼한 팔이 와서 어깨와 허리를 각각 꽈악 끌어안는다. 당연히 내 상체는 위로 들려져 그 커다란 품에 깊이 묻혔다. 더욱 세차게 움직이는 하부....... 그리고 낮게 혼자만의 숨소리를 터트리는 그를 몸 전체로 느끼면서 작게 떴던 눈을 닫았다........ 아??????....................................... 내 몸 안, 깊숙한 곳을 차지한 그의 것이 부르르르 떤다............................. 그는 나를 세게 끌어안고 자신의 머리를 숙여서 내 오른쪽 어깨에 파묻고 있었다...................... 내가 다시 어둠의 공간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은 것은...................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열기(熱氣)였다. 놀랍게도, 그 기운은 나의 안에서 하나의 점으로 시작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전체로 쏴아아아-------- 하면서 번져나간다. 가슴이 뭉클하게 시리더니....... 그때에야 밑이 뜨겁게 달구어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속에 화산이 들어와서 마그마가 분출한 것만 같았다.....아아............아아아아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나를 잡고 있던 팔이...... 드디어 내 상체를 내려주었다. 싸늘한 이불에 닿으면서 상처가 아팠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 먹은 솜처럼 뻐끔거리며 입을 열어보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사정(射精)을 처음 알게 된 흥분으로 인하여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직도 식지 않고 내 안에 머물고 있을 그의 분신물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항문을 수축시키자, 그의 입에서 가벼운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포옥' 하고 물건이 빠져나간다. 그를 따라서 약간의 액체가 밖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지만.............. 대부분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 안에 갇혀있었다. ".....으......." 약간 흥분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을 감았다. 아니, 원래부터 뜨고 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의식이 멀어지는가 싶었을 때.................. 난데없이 빛이 생겼다. 뭐.... 스탠드? 커다란 몸이 쓰윽 일어나서 어디론가 움직인다. "..으흑.....으........" 그가 들고 온 것은 약상자와 젖은 수건이었다. 낮에 맞은 자리를 곰곰이 살펴보면서 처음에는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 여러 개로 몇 번이나 온 몸을 깨끗이 닦아준다. 접촉할 때마다 쓰리고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얼마나 흐느꼈을까...... 열기가 식어 다소 차가워진 그의 커다란 손이 어느덧 내 팔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 자야겠다.......................................... 또 한 번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가 막 불을 끄고 있던 순간이었다. 스탠드가 꺼지고 그가 나를 들어서 침대의 끝부분에 눕혔다. 왜 그러나 싶어서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눈으로 그를 주시하는데, 원래의 내 자리 위에 허연 요 같은 것을 하나 더 깐다. 저게 뭘까. 요를 왜 또 깔지? 시트만으론 부족해? 또 번쩍 나를 안아들고...... 그 위에 사뿐---------- 눕혀준다. 이게.......... 뭐야........ 푹신푹신하고 보드라운 감촉........... 모르겠지만, 오리털 담요 같은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백조털이 아닐까? 이렇게나 부드럽다니............ 괜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정우는 옆으로 눕자마자 바닥에 있던 이불을 급히 잡아올리고 나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이불의 낯선 감촉은......... 아마 새로 꺼냈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나 폭신폭신하고 따뜻해............. 그리고 녀석은 한참동안 내 머리카락과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고는).....나, 열 좀 받게 하지 마라......" 쓰윽쓰윽...(머리를 어루만지는 중.....)..... 치이........ 30분 기다리게 한 게 열받게 한 거냐? 그랬다간 세상에 남아나는 인간이 하나도 없겠다. 완전히 죽일 기세였다구, 너......... 정우의 행동이나 말투로 보아 녀석은 내가 깨어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움직이기를 했냐, 눈을 제대로 떴냐........ 신음 소리 좀 낸 거야 무의식 중이라고 생각했겠지...... 또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내 허리를 당긴다. "...................사랑한다.....차은수....."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알 것도 같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pilogue]-END : 6개월 뒤 - 정우는 고3, 은수는 백수....--;; - "야! 차은수! 일어나!" 뻐----------엉!! "으앗! 아펏! 가려면 곱게 갈 것이지, 왜 아침마다 난리야?" "뭐야! 내가 나간다는데, 집에서 빈둥거리는 놈이 마중도 안 햇?" "무슨 빈둥? 맨날 알바 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니가 무슨 알바를 해?" "최고의 알바를 하고 있잖아! 밤마다 침대 서비스 하는 게 아무나 하는 건 줄 알아?" 또 빠----앙!! 궁뎅이 아퍼 죽겠다! 안그래도 너덜너덜 해졌구만...... 이씨.... ㅠㅠ "알았으니까 그만 차!" "좋아. 어제 고생했으니, 오늘은 이걸로 넘겨주지." 불쑥 내 앞으로 들이밀어진 얼굴. "쳇...." "어서!" 눈을 감고선 재촉한다. "알았어. 누가 뭐랬나...... 하면 될 거 아냐...... 궁시렁궁시렁....." 정우의 입술에 살그머니 내 입술을 갖다 대었다. 녀석이 입을 벌리고..... 곧 두 혀가 엉키며 주거니 받거니........(뭘???) '잠깐'이라던 키스는 무려 10분이나 계속되었고, 녀석은 아쉬운 듯 내 혀를 물고 늘어지다가 '지각'이라는 말에 겨우 나갔다. 에고고...... 내 신세야....... 이러고도 사는 게 용하지.......... 모처럼 수형이와 밖에서 만났다. 몇 달 만에 보는 얼굴이라 꽤나 반가웠지만....... 카페 화장실에서. "야! 뭐야! 저 여자애들은!" "아하하...... 미안하다........ 실은 미팅건이었는데, 친구 한 놈이 유학이랍시고 미국으로 날라버려서......" "뭐어? 그래서 날 불러냈단 말야?" "오래 전부터 벼르던 거라서..... 쟤네가 Y대 애들 아니냐.... 은수야... 한 번만 친구 살리는 셈 치고 도와주라...." "아으! 열 받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몸조리나 하는 건데..... 이 자식!!" "뭐 그리 화내고 그러냐. 어차피 너도 뒹굴뒹굴 방구들만 긁고 있을 거 아냐. 구제해 주겠다는데,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최근 날 못 봐서 몇 대 안 맞더니, 정신 교육이 덜 됐냐! 난 저딴 계집 바가지로 가져다 줘도 관심 없다!" 너도 더도 덜도 말고 딱 반 년만 최정우 같은 놈에게 쥐어 살아 봐라. 보이는 게 뭐가 있나. 여자로 만들어진 섬(????? --;;;;)에 혼자 놓아준다고 해도 사양이라고!!! "난 갈래." "야아! 내가 좀 잘못했다지만, 이런 걸로 11년 우정을 져버리냐!" "11년이고 평생이고 지겹다!" 밖으로 나왔다. 봄의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기면서 코를 맹하게 만든다. 저물어가는 햇살이 거리를 붉게 채색하고 어디에선가 호랑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서 어깨에 앉는다. 바알갛게 젖어들어가는 솜사탕 같은 구름과 울긋불긋한 하늘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소곤소곤...... 종알종알..... 작게 살아 숨쉬는 해질녘의 거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길게 기른 앞머리가 하늘하늘 춤을 춘다. 나비가 팔랑 날개짓을 하면서 옆 가게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눈길을 그 쪽으로 돌리니 작은 꽃집이 있다. 싱그러운 풀 냄새와 간드러지는 꽃향기에 취해서 한참을 꽃집 앞에 서 있다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다시 걸음을 돌렸다. 핸드폰을 두고 왔다는 걸 깨닫고 전화 박스를 찾는데, 저 켠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마침, 그 옆에 전화 박스가 있었다. There can be miracles When you believe Though hope is frail It's hard to kill Who knows what miracles You can achieve When you believe Somehow you will You will when you believe 믿음을 가지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요 희망이란 연약한 것이긴 해도 완전히 없애긴 어려운 법이거든요 당신이 어떤 기적을 일으킬 지 누가 알겠어요 믿음을 가지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답니다 당신이 할 수 있어요. 믿음을 가지면 -WHEN YOU BELIEVE ( Movie : The Prince of EGYPT ) "네. 최정우입니다." 믿음을 가지면..... ".....여보세요........... 너! 은수 맞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믿음을 가지면..... "뭐야! 왜 말을 안 해?" 믿음을 가지면..... "차은수!" ".............밖에 나와 있어...." "어디야?" "........" "야! 답답하게 왜 그래? 어서 대!" 믿음을 가지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후후......정우야......." "그래. 어서 말해." "............나 미팅해도 돼?" "뭐∼∼∼어?? 너!! 거기 어디야!! 빨리 안 대!!!" 진실을 믿으면..... 사랑의 문을 열 수 있다. "......훗.....△△역 근처......." "너어∼∼∼∼∼!!!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그 자리에 없으면 가만 안 둔다!!" ".....쿡쿡..............빨리 안 오면..... 움직일 거다?" "제길!! 당장 갈테니까 얌전히 있어!! 없기만 해봐!!" 믿음과 진실로..............................................사랑을 배운다. "........어서 와...... 나....................꽃 받고 싶어........" -END- ▶▶작가 曰 :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실 이 글은 딱 3일 동안 미친 듯이(?) 취해서 써버린 글입니다. 저 스스로도 3일만에 쓴 역사는 처음이어서 엄청 놀라고 있어요..... 그 티가 나는 건지, 앞뒤 호응이 다소 맞지 않는 것도 같지만..... 고치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원본대로 올리려 합니다. 처음엔 꽤 딱딱하게 나가다가....... 마지막에 와서는 100% 순정물로 전환을 하는 듯....... '늑대 이야기'에서와 같은 결말을 피하고자 부러 애쓴 결과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정성을 알아주셔요. ^.^ 그럼, 이만.....(^.^)(_ _) =-=-=-=-=-=-=-=-=-=-=-=-=-=-=-=-=-=-=-=-=-=-=-=-=-=-=-=-=-=-=-=-=-=-=-=-=-=-=-=-=-=-=-=-=-=-=-=- 토란에 올린 모습 그대로~~~ (하긴.... 지운 욕이 두 번 있군......쩝.......^^;;)